지난번엔 잔뜩 부풀어 오른 벚꽃을 ‘벚꽃팝콘’이라 부르며 한껏 설레었는데, 이제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거리엔 꽃비가 흩날리고, 길모퉁이마다 분홍색 눈이 소복이 쌓였어요.
축제의 현장을 치우고 난 뒤에 남은 팝콘 조각들처럼, 벚꽃 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며 노래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봄이 좋냐?”… 봄에 시큰둥한 사람들의 국가대표 BGM입니다.
10cm의 〈봄이 좋냐〉! 제목부터 마치 봄에게 시비를 거는 듯한, 그 독특한 투덜거림 덕분에 매년 이맘때 줄기차게 찾는 사람들이 많은 곡이죠.
달달하지 않은 봄 캐럴인데 꽃잎과 함께 날려 보내는 솔직한 짜증이 넘 웃겨요. 벚꽃 아래에서 이 노래를 틀면, 낭만보다는 '어차피 질 거면 빨리 져라!' 하는 심사가 슬며시 피어오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투덜거림 덕분에 오히려 봄의 끝맛이 더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조금 전 비가 올락 말락 벚꽃이 떨어지고 있는 공원에서 듣고 왔네요.
여기서부터는 제 완전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웃음이 필요하신분은 반드시 클릭!(끝까지 보세요ㅎㅎ)
'최준 × 10cm' 버전은 더 웃깁니다. 코미디언 김해준(a.k.a. 최준)이 10cm와 함께 라이브로 부른 코믹 듀엣 버전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카페 사장 콘셉트의 달달한 멘트가 봄 타는 심정을 더욱 오글하게 만들어 주는데, 정작 노래는 원곡보다 한층 호소력 있게(?) 이어집니다.
김해준(a.k.a. 최준)과 10cm(권정열)의 '봄이 좋냐' 환상의 하모니
저는 스스로 조금 다운될 때 김해준 유튜브에 가서 이런 킹받게 하는 노래나 춤을 보곤 합니다. (진짜 넘 웃겨요 ㅎㅎㅎ)
두 장면이 한 계절 안에 공존하니, 봄은 참 묘합니다.
어쩌면 활짝 핀 순간보다 지는 순간이 더 극적이라서, 우리 마음에 오래 남는지도 모릅니다. 벚꽃이 지는 건 아쉽지만, 그 아쉬움을 재미로 돌려보면 어떨까요? 10cm와 김해준의 능청스러운 노래처럼 벚꽃 엔딩을 가볍게 농담처럼 넘겨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짧기 때문에 더 값진 봄의 결말도 결국 Happy Ending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 행복한 봄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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