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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아이들도 즐거워하는 필기구의 세계, 그 속에 숨은 과학 이야기

슬기로운 교육

by 슬기토끼 2025. 2. 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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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우리는 색색의 필기구를 모으곤 했습니다. 책상 한쪽 편에 형형색색 볼펜, 스티커, 수정테이프 등을 필통이나 통에 잔뜩 넣어두고 사용했죠. 이런 필기구에도 과학의 원리가 숨겨져 있는 걸 알고 계셨나요?
이번 글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필기구에 관련된 에피소드와 그 속에 숨은 과학의 원리를 알차게 담아보려 합니다.

 

 

1. 포스트잇: 강한 접착제가 아닌 ‘약한 접착제’의 승리 

  ○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의 우연한 발견 

포스트잇(Post-it)의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3M(쓰리엠)의 스펜서 실버입니다. 그는 1968년쯤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고 실험을 거듭했는데, 매번 실패만 겪다가 뜻밖에도 ‘약하게 붙었다 떨어지는’ 희한한 접착제를 만들어버렸어요. 강력 접착제 목표와는 정반대 결과이니, 당시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원들에게 ‘이 붙였다 떼어내는 성질, 뭔가 쓸데없을까요?’라고 끊임없이 소개하고 다닌 덕분에 아트 프라이라는 동료의 눈에 띄게 됩니다. 아트 프라이는 교회 성가대에서 찬송가 책을 보다 북마크가 자꾸 흘러내리는 문제에 시달리던 중, 스펜서 실버의 접착제를 떠올렸어요. 이렇게 해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포스트잇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겁니다. 그리고 아시는 대로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되었죠.

 

  ○ 포스트잇의 과학적 핵심: 미세 캡슐 

포스트잇 접착제의 진짜 비밀은 아주 미세한 접착 성분이 일정 간격으로 캡슐처럼 분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캡슐 덕분에 종이가 붙었다 떼어질 때 잔여물이 거의 남지 않아요. 접착력이 세지 않으니 쉽게 떨어지지만, 여러 번 붙일 수도 있고, 표면에 손상을 주지 않는 것이죠

포스트 잇
포스트 잇

 

 

2. 수정액에 숨어 있는 덧칠 화학

  ○ 베티 그레이엄(Bette Graham)의 ‘작은 혁신’

무언가를 잘못 적었을 때, 가장 손쉽게 해결해 주는 친구가 바로 수정액(화이트)입니다. ‘Liquid Paper’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수정액(화이트)은 오늘날에도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기 보조도구인데요. 이 물건은 베티 그레이엄이라는 한 여성이 1951년에 발명했습니다. 베티는 은행에서 비서 업무를 하며 타이핑을 하다가 사소한 오타를 발견하면 문서를 다시 통째로 재작성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오타를 부분적으로만 지울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아들의 물감 세트와 교회에서 본 성화그림의 ‘덧칠’ 아이디어를 결합해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초기 수정액이 탄생했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그 가치가 알려졌죠. 이후 제품명을 ‘Liquid Paper’로 바꾸고, 사업에 성공하면서 베티는 전 세계 사무 문화를 바꾸는 선구자와 함께 억만장자가 되었습니다.

 

  ○ 수정액의 과학 원리: 안료와 용제

수정액의 핵심은 흰색 안료(이산화티탄)와 용제입니다. 이 안료는 잘게 갈아서 액체에 섞어놓으면 종이 위에 펴 발랐을 때 완벽히 흰색 막이 형성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막이 기존 글자를 가리고, 그 위에 다시 글씨를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예요. 수정액이 마르면서 용제는 증발하고, 남은 흰색 안료만 종이에 달라붙어 새하얀 표면이 만들어지는 원리랍니다.

 

수정액을 발명한 베티 그레이엄, 관련 내용이 운좋은 사람들 1위로 차트를 달리는 남자에 나왔다.(사진출처: 차트를 달리는 남자)
수정액을 발명한 베티 그레이엄, 관련 내용이 운좋은 사람들 1위로 차트를 달리는 남자에 나왔다.(사진출처: 차트를 달리는 남자)

 

 

3. 연필과 지우개: 마찰력과 흑연의 과학

우리 삶에서 가장 오래도록 함께한 필기구 연필. 연필 심은 흑연(탄소)과 점토를 섞어 굳힌 것이에요. 그럼 지우개가 글씨를 지우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연필심에서 나온 흑연 입자가 종이 위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를, 지우개가 문질러 떼어내는 방식이에요. 지우개에 쓰이는 폴리머(고무, 합성고무 등)가 흑연 입자와 종이 사이의 결합을 끊어내고, 자체의 마찰·흡착력으로 흑연을 가져가 버리는 구조죠. 유독 잘 지워지는 지우개가 뭉툭하게 빨리 닳아 없어지는 이유도 그만큼 흑연 입자를 자기 몸에 ‘흡착’해 버리기 때문이랍니다.

연필과 지우개
연필과 지우개

 

 

 

4. 볼펜의 정교한 볼(ball)과 원활히 굴러가도록 만든 잉크

다음으로는 많은 분이 사용하는 볼펜입니다. 볼펜이라는 이름 그대로, 펜 촉 내부에 작은 금속 볼이 들어 있어요. 글씨를 쓸 때 이 볼이 굴러가며 안쪽의 잉크를 끌어와 종이에 전달해 주는 원리랍니다.
이때 잉크의 점도가 매우 중요해요. 너무 묽으면 새어 나와 번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걸쭉하면 볼이 잉크를 밀어내지 못하죠. 그래서 볼펜 잉크는 중간 정도의 점도를 유지하도록 특별히 배합되어 있답니다. 펜 끝 볼의 재질은 보통 텅스텐 카바이드 같은 단단한 금속을 쓰는데, 미세한 정밀도와 내마모성이 뛰어나지요. 

 

볼펜의 정교한 볼과 잉크
볼펜의 정교한 볼과 잉크

 

 

 

5.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 검게 인식되는 비밀

학교 시험지의 OMR 카드에 답안을 표시하거나,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 일반 사인펜과는 달리 흑색 안료가 진하고, 기계가 이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원리가 숨어 있어요.
실제로 이 펜에 사용되는 잉크에는 탄소(카본) 함량이 높아서 빛을 강하게 흡수합니다. 스캐너나 OMR 리더기가 특정 파장의 빛을 쏘았을 때, 탄소가 함유된 부위가 훨씬 더 선명하게 인식되는 것이죠. 만약 탄소 함유량이 낮거나 잉크가 흐리다면, OMR 스캐너가 빛을 투과시키거나 반사해 표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답니다.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사진출처: 모나미)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사진출처: 모나미)

 

 

 

 

6. 보이지 않는 잉크, ‘비밀스러운’ 과학 놀이

어릴 적에 “비밀 일기”를 써보고 싶어, 눈에 보이지 않는 잉크를 만들던 경험이 있었나요?
대표적인 방법은 레몬즙이나 양파즙을 면봉에 묻혀 종이에 글씨를 씁니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안 적힌 것처럼 보이지요. 그런 다음 드라이어나 다리미 등으로 열을 가하면, 잉크가 갈색으로 변하며 글씨가 드러나게 됩니다. 이 원리는 레몬즙의 산성 성분이 열에 반응해 색이 갈변되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UV 잉크나 특수 형광 펜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UV 형광 펜은 자외선에만 반응하는 잉크를 사용해 일반 조명 아래서는 안 보이지만, 블랙라이트(자외선)를 비추면 형광색으로 빛나기도 해요.

 

 

 

 

7.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에 담긴 접착제

요즘은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는 ‘다꾸’ 문화가 유행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 첫 장에는 꼭 예쁜 스티커를 붙여두곤 하는데요. 이런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 역시 포스트잇처럼 접착제 기술이 적용됩니다.
다만 스티커는 제거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 끈끈하게 착 달라붙는 합성수지나 아크릴 접착제를 사용해요. 이 접착제는 수분이나 열에 대한 안정성이 좋아,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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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로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로 다이어리 꾸미기

 

 

 

8. 마무리하며: 일상 속 과학의 힘,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

늘 사용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필기구들이 사실은 이렇게나 많은 과학의 집합체라는 게 새삼 흥미롭습니다. 접착제의 ‘약함’을 발명으로 바꾼 포스트잇, 사소한 오타를 깔끔하게 지우려던 수정액, 마찰력을 이용하는 지우개와 연필, 탄소 잉크로 또렷하게 인식되는 컴퓨터용 사인펜, 보이지 않는 글씨를 만들어주는 비밀 잉크, 강한 접착력을 지닌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가 있었죠. 
사소한 호기심에서 과학의 씨앗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무궁무진한 발견거리로 가득합니다. 오늘은 필기구를 통해 과학을 엿봤지만, 내일은 다른 물건에서 또 새로운 과학적 비밀을 발견할 수도 있겠죠. 

끝으로 정리!

-포스트잇: 저강도 접착제와 스펜서 실버의 우연한 발견

-수정액: 베티 그레이엄의 작은 불편에서 시작된 혁신, 안료+용제

-연필 & 지우개: 흑연과 마찰력으로 글씨 쓰고 지우기

-볼펜: 금속 볼이 잉크를 데려와 종이에 전달하는 정교한 메커니즘

-컴퓨터용 사인펜: 탄소 함유 잉크로 OMR 정확도 향상

-보이지 않는 잉크: 레몬즙 등으로 만들고 열에 반응해 갈색으로 변색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 강한 점착력을 지닌 합정수지나 아크릴 점착제 사용

 

이처럼 필기구 하나에도 과학적 원리가 총집합돼 있다는 사실, 앞으로는 책상 위에 놓인 도구를 볼 때마다 한 번쯤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아, 내가 지금 이 사소한 물건을 쓴다는 건, 누군가의 기막힌 아이디어와 수많은 과학 원리 덕분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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