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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말 8마리가 양쪽에서 잡아당겨 겨우 떼어 냈다고요?(재미있는 진공이야기)

슬기로운 교육

by 슬기토끼 2025. 2. 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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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준비되신 거죠? 왕께서 보시는 실험이니 절대 실수하면 안 됩니다.”
“걱정일랑 마시오.”
독일의 화학자이자 마그데부르크의 시장인 독일의 게리케가 씩 웃었어요. 실험에 자신이 있었죠. 그가 준비하는 실험은 구리로 만든 동그란 공 모양의 반구였어요. 이 반구 두 개를 맞물린 뒤 그 사이의 공기를 펌프를 이용해 빼내고 진공 상태로 만들어 떼네는 거였죠.
실험하는 날, 왕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게리케의 실험을 보기 위해 찾아왔어요.  공기를 빼내 아무 물질도 없는 반구를 보게 되었죠. 접착제로 붙인 것도 아닌데 두 반구는 딱 달라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게리케는 이 반구가 얼마나 단단히 붙어 있는지, 양쪽으로 말을 묶어 당기게 했어요. 무려 8마리의 말이 양쪽에서 잡아당겨서 이 반구를 겨우 떼어냈다고 해요.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외부 공기압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된 거예요. 또한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럼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대기압은 나중에 다룰게요^^)
 
 

1. 진공이란 무엇일까?

흔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고 표현하는 진공은, 엄밀히 말하면 공간 안에 ‘물질(입자)이 거의 없는 상태’를 뜻해요. 완벽하게 아무것도 없는 ‘완전 진공’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지만, 현대 기술로는 공기를 거의 제거한 ‘고진공’ 수준까지 구현하는 게 가능해졌죠.
 
 
 

2. 진공의 역사: 토리첼리와 공기압의 발견

과거에는 ‘빈 공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주류였어요. 그런데 17세기에 이탈리아 과학자 토리첼리(Evangelista Torricelli)가 수은 기둥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공기압과 진공 상태를 증명해 냈어요. 길쭉한 유리관에 수은을 가득 채운 뒤, 입구를 막은 채 뒤집어 수은 접시에 꽂아두면, 윗부분이 텅 비어 있는 구간이 생기는 거죠. 이 공간에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니 사실상 ‘진공’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유명한 실험입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대기압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밀어내고 공간을 비워내는 것 역시 가능하겠다’는 발상을 발전시켜, 점차 진공 기술을 다듬어갔어요. 현대의 진공펌프나 고진공 챔버까지, 이 짧지 않은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죠.
 
 
 

3. 우주는 완전 진공일까?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우주 공간에도 먼지보다 작은 입자들이 매우 희미하게 떠다니고 있답니다. 물론 지구나 달처럼 공기가 있는 곳에 비해서는 훨씬 밀도가 낮아서, 거의 진공에 가깝긴 해요.
우주비행사가 달에 거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그곳에서는 지구에서처럼 깃발이 펄럭이거나 바람 부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요. 달에는 대기가 거의 없으니 소리를 전달해 줄 매질(공기 같은 것)이 없어요. 만약 우주비행사가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더라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움직임만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가끔 어린이들이 ‘그럼 우주에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면 어때요?’ 하고 묻기도 해요. 우주에선 아무리 목청껏 노래 부르거나 소리치더라도 소리가 밖으로 전해지지 않아요. 소리가 없는 우주를 상상하면, 마치 굉장히 고요한 바닷속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달 위의 우주비행사
달 위의 우주비행사

 
 

4. 진공과 소리: 소리가 사라지는 실험

이와 비슷한 실험이 ‘유리종 속에서 벨소리가 사라지는 실험’이에요. 예를 들어 투명한 유리종 안에 작은 전자벨을 넣어두고, 바깥쪽에서 펌프로 공기를 서서히 빼내면 처음에는 ‘딩동~ 딩동~’ 소리가 아주 잘 들리는데,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점점 작아져요. 그리고 어느 순간 거의 안 들리게 되죠. 이유는 간단해요. 유리종 안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며 진동이 전달될 물질이 없어지기 때문이랍니다. 점점 사라지는 소리, 진공이라는 게 참 재미있죠?
 
 
 
 

5. 일상에서 만나는 진공의 활용

진공청소기는 내부 팬이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외부보다 압력을 낮추어 먼지나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원리예요. 식품의 부패를 늦추기 위해 진공포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산화나 습기 접촉을 최소화해 식재료를 더 오래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답니다. 또한 일부 커피를 추출할 때도 사용돼요. 사이폰 커피는 상단과 하단의 압력 차로 물이 이동하면서 커피를 추출하게 되는데 압력차로 인해 물이 커피 가루를 통과해 내려오는 장면이 굉장히 과학 실험 같답니다.
 
 
 

6. 건강과 진공: 부항, 진공 마사지 등

건강 관리 분야에서도 의외로 진공 원리를 활용해요. 대표적인 예가 ‘부항’인데, 불로 공기를 태워 병 안의 압력을 낮춘 뒤 몸에 부착하면, 안쪽이 외부보다 압력이 낮아져서 피부가 빨려 들어가죠. 물론 의학적 증명이 더 필요한 것도 있지만, 적어도 진공이 실험을 넘어 생활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확실네요.

부항을 뜨는 장면
부항을 뜨는 장면

 
 

7. 마무리하며

진공은 보통 “텅 빈 공간”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알고 보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발견이 많았어요. 우주 공간에서 진공, 일상과 건강 분야에의 진공,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흥미롭죠. 토리첼리의 실험에서부터 우주 공간의 고요, 그리고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나 부항으로 피부를 쏙 빨아들이는 원리까지, 진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 참 많아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수많은 현상을 설명할 열쇠가 되기도 하는 진공 참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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