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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이 사라진 그날, 달력이 바꿔놓은 운명"(달력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슬기로운 상식

by 슬기토끼 2025. 3.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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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슬기토끼입니다.
우리는 매일 달력을 들여다보며 오늘이 며칠인지, 이번 주말에는 어떤 일정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하지만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만약 오늘이 10월 4일인데 내일 아침 눈을 떴더니 10월 15일이 되어 있다면 말이죠?
실제로 1582년, 서구 유럽에서 딱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달력’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열흘을 통째로 잃어버린 거죠. 이처럼 달력은 단순한 날짜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답니다. 오늘은 달력과 관련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같이 나눠보겠습니다.

 

 

 


1. 달력의 기원: 하늘과 땅을 관찰한 고대인들

인류가 날짜를 세기 시작한 건, 농사를 짓기 위해서였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의 범람 주기를 파악하기 위해 해가 뜨고 지는 주기를 유심히 살폈고, 이는 태양의 움직임을 기초로 한 달력(태양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달의 모양이 차오르고 기우는 모습에 주목해 음력이 발전했고,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짚어내기 위해 24 절기라는 세부 지표도 탄생했죠.
두 가지 달력 시스템(양력, 음력)은 전 세계적으로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하게 변형·응용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고대인들은 측정 도구도 부족했지만, 대체로 ‘1년은 365일 전후’라는 사실을 꽤나 정교하게 알아냈다는 거예요. 그만큼 시간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죠.

신라시대 하늘의 모습을 관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첨성대(출처: 한국학 중앙 연구원)

 

 


2.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 왜 열흘이 사라졌을까?

현대의 달력은 대부분 그레고리력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는 율리우스력이 존재했죠.
율리우스력은 고대 로마 시절 율리우스 카이사르(영어명: 줄리어스 시저)가 천문학자 소시게네스의 도움을 받아 만든 달력입니다. 한 해를 365.25일로 계산하고, 4년에 한 번씩 1일을 추가해 2월 29일을 넣었죠.
문제는 실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주기는 365.2422일 정도라는 점이었습니다. 365.25일이라고 가정하면 매년 쌓이는 오차가 언젠가는 계절과 달력의 날짜를 크게 어긋나게 만들 수밖에 없었죠.
이 오차가 점점 커지자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는 율리우스력을 손봐 새로운 달력을 제정하기에 이릅니다. 그것이 바로 그레고리력인데, 1582년 10월 4일 다음 날을 10월 15일로 건너뛰도록 했습니다. 열흘이 사라진 거예요. 당시 가톨릭 국가들이 먼저 이 달력을 도입했는데, 사람들은 ‘내 인생에서 열흘이 어디로 갔느냐!’며 크게 혼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율리우스력을 만들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BC100~BC44), 그는 율리우스력을 기원전 46년에 제정하고 기원전 45년부터 시행하였다.(출처:두피디아)

 

 

 

3. 각 나라마다 달력 채택 시점이 달랐던 이유

열흘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소문은 유럽 전역을 뒤흔들었습니다. 이에 가톨릭 국가들은 교황령에 따라 즉시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프로테스탄트나 정교회 국가들은 달랐습니다. 
영국은 1752년에야 그레고리력을 채택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율리우스력과의 차이가 11일로 벌어져서, 9월 2일 다음 날이 9월 14일이 되었다고 해요.
러시아(정교회 국가)는 1918년에야 공식적으로 그레고리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0월에 일어난 ‘10월 혁명(1917년)’이 실제로는 11월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죠(그레고리력 기준). 그 밖에도 동방정교회 국가들은 훨씬 더 나중까지 율리우스력을 쓰거나, 교회력으로만 율리우스력을 유지하는 등 복잡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달력 하나를 바꾸는 일은 종교, 정치, 문화가 뒤엉킨 복잡한 문제였어요. 자칫하면 일상 속 날짜가 전부 어긋나 행정이 마비되거나, 종교 행사 날짜가 바뀌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었으니까요.

 

 


4.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달력 상식

Q: 1년 중 가장 흔한 생일은?
많은 통계에 따르면 (국가와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지만) 9월에 태어나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해요. 언젠가 신문 기사의 통계가 화제가 되기도 했죠. 한국에서도 때때로 기사가 올라오는 주제지만, 가령 12월 연말의 축제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농담 섞인 추측도 있습니다.

Q: 가장 ‘드문’ 생일은?
당연히 2월 29일이죠. 약 4년에 한 번씩만 이 날짜가 돌아오니, 어떤 분들은 2월 28일이나 3월 1일에 생일 파티를 하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받는 생일 케이크 횟수가 다른 사람보다 적다’는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실은 매년 잊지 않고 챙겨주겠다는 가족, 친구가 있어야 더 소중하겠죠.(윤년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찾아뵐게요^^)

Q: 달력 없는 세상?
만약 달력이 없었다면, 농사 시기를 놓치거나 중요한 의식을 진행할 날짜를 정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지금처럼 정확히 날짜를 기록하지 못했다면, 인류의 문명 발전도 훨씬 더디지 않았을까요?

Q: ‘손없는 날’의 유래?
한국의 전통적 개념으로 이사나 큰 행사를 ‘손없는 날’에 치르려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는 음력 날짜에 따라 ‘귀신이 활동하지 않는 날’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인데, 아직도 이삿짐센터 예약량이 그날 집중되는 일이 많다네요.

사람들은 달력을 보며 일정을 짜고, 할 일을 체크한다. 달력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가 어렵다(출처: 픽사베이)

 

 


5. 마무리하며

달력은 그저 날짜를 표시해 놓은 종이가 아닙니다. 인간이 시간을 다루는 방식 그 자체고, 역사와 종교, 과학과 정치가 응축된 결정체죠. 때론 열흘이 통째로 사라지거나, 국가마다 다른 달력을 쓰다가 혼란이 빚어지는 등 ‘비상한 사건’들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달력을 넘기며 ‘이번 주말엔 뭐 하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수천 년간의 치밀한 계산과 눈물겨운 시행착오,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삶에서 11일을 도둑맞은’ 듯한 충격이 서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 달력을 펼쳐볼 때, 한 장 한 장 넘기며 매일매일이 인류 역사에 축적된 흔적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달력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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