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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이를 넣다가 와이퍼 풀가동? 좌측 통행과 우측 통행! 세계 도로를 양분한 도로와 운전석의 비밀, 한번에 정리해보기

슬기로운 상식

by 슬기토끼 2025. 3. 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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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슬기토끼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타는 자동차는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것이 익숙합니다. 그런데 영국, 일본, 호주 등에 가면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량이 대부분이죠. 운전석 위치가 왜 이렇게 다르게 정착하게 되었는지 안을 들여다보면 중세의 기사 전통, 나폴레옹의 전쟁, 미국 자동차 산업 등 방대한 역사를 관통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 왼쪽 운전석(LHD): 우리나라와 같은 도로의 오른쪽 차선을 달리는 우측통행 국가들이 주로 사용.
  • 오른쪽 운전석(RHD): 일본과 같이 도로의 왼쪽 차선을 달리는 좌측통행 국가들이 채택.

그렇다면 도대체 왜 세계가 두 가지로 나뉘어 버렸을까요? 일본에 여행 가서 실제 운전했던 경험담과 함께 이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첫 경험

일본에서 렌트카로 운전을 하기로 결심하고 처음 차에 탔을 때부터 무척 떨렸습니다. 사실 유튜브로 계속해서 일본의 교통체계에 대해서 살펴보며 머리로 세뇌를 시켰지만 무척 당황스러웠지요. 왜냐하면 운전석 위치도 낯선데, 방향지시등(깜빡이)과 와이퍼 레버가 제가 알던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우회전하려고 깜빡이를 켜려다가 와이퍼만 물기 없는 앞유리를 마구 문지르고 있는 제 모습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계속 되새기고 한국과 반대라고 머리론 풀가동 하지만 어김없이 반대 손을 움직이는 저를 보면서 손은 눈보다 빠르다는 타짜의 명언도 생각났습니다ㅎㅎㅎ 또 한국과 반대라 역주행할까 봐 긴장을 엄청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사실 이게 제일 무섭고 쫄렸습니다.) 

 

일본에서의 첫 운전, 방향등을 켤때 자꾸 왼손으로 와이퍼를 움직여 왼손은 아예 놓고 운전했다. 타짜의 명대사 '손은 눈보다 빠르다'를 제대로 실감했다.

 

 


2. ‘왜 운전석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었을까?’ 

좌측통행(Left-hand traffic)과 우측통행(Right-hand traffic)을 채택한 나라들의 역사가 오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중세 기사들의 ‘왼쪽 통행’ 유산: 칼을 오른손에 들었던 기사들

중세 유럽에서 말 위에 올라 전투를 벌이던 기사들은 대개 오른손잡이였습니다. 적이 다가오면 오른손에 든 칼을 재빨리 휘둘러야 하니, 마주 오는 방향이 오른쪽에 있어야 편했죠. 이 관습이 점차 좌측 통행이라는 교통 문화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부른 ‘우측통행’의 확산: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 대륙에 퍼진 우측통행

나폴레옹이 유럽 대륙을 휩쓸면서, 효율적인 군대 행진과 대열 유지 목적으로 우측 통행을 확립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지역들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영국처럼 바다 건너 있는 나라는 그대로 좌측 통행을 유지하게 되었죠.

 

미국 자동차 산업이 만든 ‘글로벌 표준’ : 포드 Model T와 대량 생산

20세기 초, 미국 포드사의 모델 T가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왼쪽 운전석 + 우측 통행’이라는 포맷이 널리 보급됐습니다. 이미 대량 생산 체계가 완성된 미국 차량을 사들이는 게 국가 입장에서도 효율적이었던 거죠.

 

‘우측통행 + 왼쪽 운전석’이라는 기준이 세계 대다수 국가에 퍼졌지만 영국은 자신의 좌측통행(오른쪽 운전선) 전통을 계속 유지했고, 영국의 지배나 영향을 받은 지역들(아일랜드, 인도, 호주 등)도 자연스럽게 좌측통행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중세 기사 → 나폴레옹 → 미국 포드’로 이어지는 각국의 역사와 실용적 이유가 맞물려서, 왼쪽과 오른쪽 운전석이 서로 다른 도로 문화를 형성하게 된 셈입니다.

 

 


3. 좌측통행 & 우측통행 국가 리스트 (각 20개 이상)

○ 좌측통행 국가 (오른쪽 운전석, RHD)

영국, 일본,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홍콩,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짐바브웨, 몰타, 키프로스 

○ 우측통행 국가 (왼쪽 운전석, LHD)

대한민국,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중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러시아, 폴란드, 터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대부분 유럽, 북미, 남미 국가들이 우측통행이며, 영국 연방 및 영국 영향권에 있던 지역 다수가 좌측통행을 유지하는 식으로 전 세계가 크게 양분되어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점차 우측통행이 늘어 165개 국가 및 지역(세계 인구의 66%)에서 우측통행을 하고 75개 국가 및 지역(세계인구의 34%)에서 좌측통행을 한다고 합니다. 육지면적의 6분의 5, 도로의 4분의 3,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여 우측통행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인용: 자동차 칼럼니스트 박근태, 출처:the columnist)

세계지도에서 보는 우측통행과 좌측행 국가 분포도. 파란색이 우측통행 국가, 주황색이 좌측 통행 국가이다.(출처= statista, )





4. 운전 시 핵심 차이 

차선 주행

-우측 통행(LHD): 도로 오른편을 달리며, 신호를 받아 좌회전하여 진입, 일반적으로 우회전은 신호 안 받고 가능
-좌측 통행(RHD): 도로 왼편을 달리며, 신호를 받아 우회전하여 진입, 일반적으로 좌회전은 신호 안받고 가능.

(역주행할까봐 사실 이게 제일 무섭습니다. 저도 아침에 운전대를 잡기전 '좌측통행! 좌측통행! 좌측통행!' 3번 복명복창했습니다.ㅎㅎ)


○ 왼쪽 운전석 vs. 오른쪽 운전석의 핵심 차이

차량내부에서 가장 큰 차이는 방향지시등(깜박이)과 와이퍼의 위치입니다.

-우측통행: 방향지시등(깜빡이) 레버가 왼쪽, 와이퍼 레버가 오른쪽에 있음.
-좌측통행: 대부분 방향지시등 레버가 오른쪽, 와이퍼 레버가 왼쪽에 있음.


○  페달 배치

가속 페달이 오른쪽, 브레이크가 중앙(또는 왼쪽)은 같습니다. (이것마저 다르다면 결단코 절대 운전은 못할 겁니다.ㅎㅎㅎ)

 

 



5. 재미있는 사례와 에피소드

이번에는 운전석 혹은 통행 방향을 둘러싸고 실제로 벌어진 역사적 전환점이나, 사람들이 겪었던 황당하고도 흥미로운 사건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스웨덴 ‘다겐 H’ – 하루아침에 도로 방향이 뒤집혔다!

1967년 9월 3일, 스웨덴은 밤사이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전환했습니다. ‘H의 날(Dagen H)’의 ‘H’는 스웨덴어로 ‘우측(Höger)’을 뜻하지요. 전날 밤, 경찰차와 도로 관리팀이 총출동해 전국 표지판과 차선 표시를 대대적으로 변경했습니다. 새벽까지 모든 차를 도로에서 빼놓은 상태에서, ‘이제부터 우측으로 가세요!’ 하고 신호를 준 거지요.
차나 버스가 일제히 잠시 정차하고, 시계가 오전 5시를 가리키자마자 스멀스멀 좌측에서 우측 차선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뉴스로 생중계됐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지나치게 신중운전을 한 덕분에, 첫날에는 사고가 예상만큼 폭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겐 H를 알리는 로고. 1967.9.3.통행방향이 바뀌었다.(출처=wikimedia Commons)

 

 

다겐 H가 있던 날의 스웨덴 스톡홀롬의 모습, 엉켜있는 차들과 사람으로 인해 무척 혼란스러웠음을 보여준다.(출처=Wikimedia Commons)

 

○ 사모아의 반대 전환: ‘우측에서 좌측으로’ 

스웨덴처럼 보통 좌측에서 우측으로 변경하는 사례는 있지만, 사모아처럼 우측에서 좌측으로 바꾼 경우는 드뭅니다. 2009년, 사모아 정부는 호주와 뉴질랜드 등 인접 지역에서 자동차를 더 쉽게 들여오기 위해 좌측통행으로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사모아 국민 일부는 거센 반대 운동을 벌였지만 2009년 9월 7일, 사모아 현지 시각 오전 6시에 좌측통행 전환이 이루어졌죠.  해당 시점부터 경찰의 지시에 따라 모든 차량이 동시에 도로 왼편으로 이동했고, 엄청난 미디어의 관심과 함께 관광객들에게도 희귀한 장면을 제공했습니다.

 

○ 해저 터널 속 통행 방향은? 영국-프랑스 해저 터널(채널 터널)

영국(좌측통행)과 프랑스(우측통행)를 잇는 채널 터널(유로터널)도 재밌습니다. 영국은 좌측통행, 프랑스는 우측통행이라서, 실제로 개인 차량이 터널을 직접 달리는 게 아니라 차량 전용 셔틀 기차에 실려 이동하는 방식을 씁니다. 그러면 양쪽 국가의 운전 방향이 달라도 충돌할 일이 없죠. 유럽 대륙과 영국 섬을 잇는 상징적 존재인 채널 터널에는 ‘대륙은 우측, 섬은 좌측’이라는 이질적 교통 문화를 매끄럽게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설과 안내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채널터널의 차량전용 셔틀기차에 차량이 탑재된 모습(출처: 유튜브 Bill Lynch)

 

 


6. 운전석이 단일화되지 않는 이유

이쯤 되면, ‘아니, 번거롭기도 한데 전 세계가 그냥 어느 한쪽으로 통일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백 년 동안 쌓인 문화와 교통 인프라를 갑자기 뒤엎으려면 어마어마한 비용과 혼란이 뒤따르겠죠?

 

  • 도로 표지판, 차선, 신호체계 전부 교체
  • 운전자 습관이 바뀔 때까지 늘어나는 교통사고 가능성
  • 이미 기존 방식에 익숙해져 온 국민의 저항

스웨덴, 사모아처럼 전환을 해본 나라를 보면, 실제로 경제·사회 전반에 굉장한 타격이 있었고, 그나마 가능했던 건 당시 인구나 도로망 규모가 비교적 작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규모 인프라를 가진 국가가 쉽게 결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7. 마무리: ‘다름에서 오는 재미와 역사’

 

운전석이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자동차의 구조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세 시대부터 이어진 전쟁, 문화 교류, 산업 발전 등의 거대한 흐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차이로 인해, 저처럼 해외여행에서 낯설고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탄생하기도 하지요. (저도 일본 운전 첫날에는 무척 긴장을 했지만 둘째 날부터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조금씩 적응하면서 운전을 할 수는 있었습니다. 만약 해외여행 중에 렌터카를 고려하고 계시다면, 한 번쯤 ‘반대편 운전석 체험에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물론 안전운전 필수!).)
이렇게 운전석 위치가 다른 나라는 단지 ‘반대편에서 운전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에 해외로 여행을 갔을 때, 괜히 한 번 오른쪽 운전석을 살펴보며 ‘중세 기사들, 나폴레옹, 그리고 헨리 포드가 내 운전석 선택에 이렇게까지 관여했나?’ 하고 생각해 보시면, 왠지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도로와 차가 새롭게 느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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