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날짜를 세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가끔은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2월이 28일로 끝나는데 갑자기 29일이 생긴다거나, 음력 달력이 12달 대신 13달이 되는 해가 있다거나, 혹은 특정 시점에 1초를 더하거나 뺀다는 소식이 들릴 때 말이죠. 바로 윤달, 윤년, 윤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게 뭔데 이렇게 복잡해?'라고 궁금해하실 수 있지만, 사실 이들은 지구의 움직임과 달의 주기, 그리고 인류가 시간을 더 정확히 측정하고자 하는 오랜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랍니다.
음력에서는 달의 공전 주기를 기준으로 한 달을 세기 때문에, 실제 태양의 움직임과 맞추다 보면 매년 약간씩 오차가 생깁니다. 대체로 달이 한 바퀴 도는 주기를 29.5일 정도로 보는데, 12달을 합치면 약 354일 정도가 되죠. 그런데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약 365일(정확히는 약 365.2422일)과는 약 11일 정도 차이가 납니다.
만약 이 차이를 계속 방치하면, 설날이 한여름에 오거나 추석이 겨울에 열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음력에서는 일정 주기를 두고 한 달을 통째로 끼워 넣는 ‘윤달’을 추가해 계절이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맞춥니다. 윤달은 어떤 해에는 4월이 두 번 생기기도 하고, 7월이 두 번 생기기도 합니다. '윤4월', '윤7월'처럼 부르죠.
○ 윤달에 얽힌 이야기
·예전부터 '윤달에는 귀신도 휴가 간다!'라는 말이 전해옵니다. 그래서 결혼식이나 이사 같은 큰일을 윤달에 하면 귀신 방해가 적다고 생각한 민간 풍습도 있었대요. ·또 어떤 지역에선 '윤달에는 아무리 문을 열고 살아도 재수가 나가지 않는다'는 말도 전해진다고 하네요. ·윤달에 대한 지역과 시대에 따라 해석은 제각각이랍니다. |
이처럼 윤달은 달력상의 날짜보다 계절이 틀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쓰이는 장치입니다.
윤년은 지금 우리가 가장 흔히 쓰는 달력(양력)에서 4년에 한 번씩 2월 29일이 추가로 생기는 해를 말해요.
-원래 1년을 365일로 정해놨지만, 사실 지구가 태양을 정확히 한 바퀴 도는 데는 365일보다 약 6시간 더 걸립니다.(정확히 말하면 5시간 48분 45초) -그러면 4년 뒤에는 약 6시간×4 = 24시간, 즉 하루 차이가 쌓이게 되죠. -그래서 4년에 한 번, 2월 29일을 달력에 넣어 이 차이를 맞추는 거예요. |
윤년이 되는 가장 기본 규칙은 해당 연도가 4로 나누어떨어지면 윤년으로 간주해 2월 29일을 추가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항성년과 태양년의 차이로 0.0078일씩 매년 오차가 축적됩니다. 단순히 윤년을 4년에 하루를 추가하면 태양년보다 0.03124일(44분 57초)의 오차가 또 생기죠. 그래서 100년마다 윤년을 건너뛰는 규칙을 추가했고, 남은 오차를 더 보정하기 위해 400년마다 다시 윤년을 적용하는 규칙을 정했어요. (100이 나누어 떨어지면 윤년에서 제외, 400으로 나누어 떨어지면 윤년) 예를 들어 1900년은 4로 나누어떨어지지만 100단위이므로 평년(2월 29일 없음)이고, 2000년은 400으로도 나누어떨어지기 때문에 윤년이 됩니다.(아 복잡쓰 ㅎㅎ) 이 복잡한 규칙은 지구 공전주기에 더 밀접하게 맞추기 위한 인류의 섬세한 계산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 윤년에 얽힌 이야기
-2월 29일에 태어난 아이들이 겪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어떤 친구들은 생일 파티를 4년에 한 번씩 ‘정확히’ 하고, 어떤 친구들은 2월 28일이나 3월 1일에 하는 경우도 있죠. -컴퓨터 시스템에서도 윤년 처리 문제는 종종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날짜 계산 알고리즘을 잘못 짰다가 2월 29일을 인식하지 못해 서버가 다운되는 사례도 있었죠. |
윤년은 태양 주기에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면, 윤달은 음력과 계절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윤초(Leap Second)는 말 그대로, 시계를 1초 늘리거나 줄이는 걸 말해요.
사실 지구의 자전 주기는 엄밀히 24시간이 아닙니다. 게다가 기후나 지진, 바닷물 움직임등 이유 때문에 자전 속도가 미세하게 변화하기도 하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제 지구 자전과 사람들이 사용하는 ‘세계 표준시’(UTC)가 차이 나지 않도록, 필요할 때 1초를 추가하거나 빼는 거예요.
가장 최근에 추가된 윤초는 2016년 12월 31일(UTC 기준) 자정 무렵이었고, 국내 시각으로는 2017년 1월 1일 아침에 적용되었습니다. 추가만 되는 게 아니라, ‘음수 윤초’가 도입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구 자전이 빨라지면 1초를 빼야 할 수도 있다는 거죠.
한 번에 1초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게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정교한 서버나 항공 교통, 인공위성 운영 같은 초정밀 시스템에서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 윤초가 추가된 직후, 일부 서버가 시간을 잘못 계산해 오작동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윤초가 일으킨 소동
2012년 6월 30일 윤초가 추가될 때 일부 컴퓨터 서버가 시간을 잘못 읽어 잠시 멈추거나 에러를 일으켰던 적이 있어요. 이런 문제를 막으려고, 구글 같은 큰 IT 회사는 1초를 한꺼번에 넣지 않고 조금씩 ‘시간을 늘이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지구 자전이 이전보다 아주 미묘하게 빨라지고 있다는 측정 결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는데, 그중 하나가 지구 온난화입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질량 분포가 달라지고, 이는 회전 운동(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바닷물의 온도 상승이나 해류 변화도 지구 자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거론됩니다. -결국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축적되면 윤초를 추가하는 빈도나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들이 있죠. |
물론 이 분야는 여전히 활발히 연구 중이라 이게 정설이다라고 단정하기엔 이릅니다. 다만, 지구의 미세한 변화가 우리가 쓰는 ‘1초’라는 개념에도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죠.
정리하자면, 윤달은 달(음력)을 기준으로 '한 달'을 늘리는 것이고, 윤년은 양력에서 '하루(2월 29일)'를 늘리는 것, 그리고 윤초는 지구 자전과 시간을 맞추기 위해 '1초'를 더하거나 빼는 거예요.
이 모든게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을 우리가 쓰는 달력과 시간체계로 맞추어 가는 과정인거죠. 윤달은 달과 계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고대인들의 지혜이고, 윤년은 태양을 중심으로 살피는 과학적 접근의 산물이며, 윤초는 지구의 미세한 회전 속도를 실시간으로 보정해주는 현대 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늘 같을 거라 믿었던 ‘시간’이라는 개념이, 알고 보면 유동적이라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까운 장래에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변화로 인해 윤초의 빈도나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하니, 환경문제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더 흥미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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