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 판독은 언제 어떻게 적용되나요?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화면이 멈추고, 심판이 귀에 손을 올린 채 대기하거나, 필드 밖 모니터로 걸어가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그때 관중석에서는 수많은 말이 오갑니다.
"저건 무조건 VAR이다!"
"아니, 왜 저건 안 보지?"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면 골 아님!"
이제 축구에서 VAR(비디오 판독)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경기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VAR의 적용 기준과 절차는 많은 사람에게 불분명하게 느껴지곤 하죠. 오늘 이 글에서는 VAR의 정의부터 적용 상황, 절차, 실제 사례와 논란까지 쉽게, 그리고 깊이 있게 풀어드립니다.
VAR이란 무엇인가요?
VAR은 Video Assistant Referee, 즉 '비디오 보조 심판'의 줄임말입니다.
말 그대로, 비디오와 전용 판독 시스템을 통해 경기 중 발생한 주요 상황에 대해 주심을 보조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의 도입 배경은 간단합니다. 축구는 빠르고 복잡한 경기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몸싸움, 미묘한 파울, 극적인 골 장면은 심판의 눈으로만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판정 실수가 경기를 완전히 뒤바꾸기도 했죠.
그래서 FIFA는 2016년부터 일부 대회에서 VAR을 시범 도입했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본격적으로 정식 채택했습니다. 그 이후로 VAR은 거의 모든 국제 대회와 주요 리그에서 표준 기술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VAR은 언제 사용되나요? (FIFA가 정한 4가지 상황)
VAR이 모든 장면에서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FIFA는 명확히 네 가지 상황에서만 VAR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기준을 알면, 중계를 보면서 "왜 저건 VAR 안 하지?"라는 의문도 줄어들죠.
1. 득점 여부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었는지 여부는 물론, 득점 직전에 오프사이드, 핸드볼, 공격자 반칙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한 골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만큼,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입니다.
2. 페널티킥 판정
페널티킥이 선언된 상황, 혹은 선언되지 않았지만 의심스러운 장면에 대해 확인합니다. 박스 안 파울, 핸드볼 여부, 시뮬레이션(다이빙) 여부 등이 포함됩니다.
3. 직접 퇴장 상황
과격한 태클, 보복 행위, 폭력적 행동 등은 경기의 공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기에, 퇴장이 필요한 경우 VAR을 통해 다시 판독합니다. 단, 두 번째 옐로카드는 VAR로 판독하지 않습니다.
4. 선수 오인 식별
심판이 잘못된 선수에게 카드나 퇴장을 준 경우, VAR이 이를 정정하도록 돕습니다. 이는 비교적 드물지만 중요한 상황입니다.
VAR 판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VAR은 단순히 비디오를 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를 따릅니다. 이 과정을 알고 보면, 판독이 왜 오래 걸리는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단계: VAR 팀이 상황을 인지
VAR 전용실에서 여러 명의 심판이 모든 화면을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이 감지되면 즉시 주심에게 알립니다.
2단계: 주심이 VAR 판독 의사 표시
주심은 귀에 손을 올리거나 양팔로 사각형을 그려 VAR 진행 중임을 알립니다. 중계 화면에도 "VAR CHECK" 문구가 뜨죠.
3단계: 주심의 OFR (On-Field Review)
상황이 중대하거나 명확하지 않을 경우, 주심이 필드 밖 모니터에서 직접 화면을 확인합니다. 다각도로 반복 재생하며 판단하죠.
4단계: 최종 결정은 주심이 내린다
VAR은 조언만 할 뿐, 최종 판정 권한은 주심에게 있습니다. 이는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면서도 기술의 도움을 받는 형태입니다.
실제 VAR이 경기 흐름을 바꾼 사례들
2018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 vs 호주
그리즈만이 넘어졌지만 처음엔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VAR 확인 후 PK가 주어졌고, 프랑스는 이 골로 흐름을 잡아 승리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일본 vs 스페인
미토마의 크로스가 아웃됐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VAR 판독 결과 공의 일부분이 라인 위에 있었기에 골이 인정되었습니다. 일본은 이 골로 조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프리미어리그 맨시티 vs 리버풀
손에 맞은 공이 VAR 판독으로 확인되어 득점이 취소된 사례. 경기의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던 장면입니다.
VAR의 장점과 한계
VAR은 확실히 오심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경기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크죠.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판독 시간이 길어지면 경기 흐름이 끊기고, 어떤 장면은 판독하고 어떤 건 넘어가는 모습에서 일관성 부족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팬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건 세리머니 후 뒤늦게 골이 취소되는 경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미자동 오프사이드 기술까지… 더 발전하는 VAR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AI와 센서 기술을 결합한 '세미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도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선수의 관절 29개를 추적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단 몇 초 만에 판단하는 기술입니다. 이처럼 VAR은 정밀도와 속도를 모두 높이기 위해 더 발전하고 있습니다.
VAR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Q&A
Q1. 감독이 VAR 요청을 할 수 있나요?
아니요. VAR 요청 권한은 오직 심판에게만 있습니다. 감독이나 선수는 요청할 수 없습니다.
Q2. 모든 반칙에 VAR을 쓰나요?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4가지 상황 외에는 VAR 판독 대상이 아닙니다.
Q3. VAR이 없는 대회도 있나요?
네. 예산이나 기술적 여건이 부족한 리그나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VAR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Q4. VAR이 최종 판정을 내리나요?
아니요. VAR은 보조 수단일 뿐, 최종 결정은 주심이 내립니다.
마무리 - VAR, 축구의 미래인가 감정의 걸림돌인가?
VAR은 축구의 흐름을 바꾸고, 판정의 공정성을 높였지만, 여전히 논란도 많습니다. 그러나 규칙과 적용 방식을 이해하면 경기를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를 보며 "왜 VAR 안 쓰지?" 하는 생각이 들 때는, 이 글을 떠올려 보세요.
VAR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판정의 일부이자 축구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아는 것만으로도, 경기가 훨씬 흥미로워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