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슬기토끼입니다.
혹시 밤하늘에서 달이 점점 어두워지거나, 대낮인데도 해가 일부 혹은 완전히 사라지는 신기한 장면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바로 ‘일식’과 ‘월식’이라 불리는 우주 현상입니다. 마치 무대 위에서 배경 조명이 꺼지고 켜지듯, 해와 달 그리고 지구가 서로의 위치를 바꾸며 만들어 내는 아주 멋진 그림자 쇼, 그림자 놀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일식은 달이 해를 가리는 현상이고, 월식은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입니다. 둘 다 ‘그림자’가 핵심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오늘은 아이들이나 학부모님 모두가 흥미를 가질 만한 일식과 월식 이야기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대낮의 태양이 사라진다면, 많은 사람이 두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지금이야 과학 지식으로 ‘일식’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옛날에는 그저 하늘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동양권 전설: 중국을 비롯한 동양 지역에서는 주로 용이 해를 삼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용이 태양을 집어삼키면 세상이 어두워지니, 사람들은 용이 해를 토하도록 북을 치고 냄비를 두드리며 큰 소리를 냈다고 해요. -한국 전래 이야기: '해를 무는 개' 전설이 유명합니다. 거대한 개가 해를 베어 문다고 생각해, 역시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거나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기도 했습니다. 이 행위를 가리켜 ‘구식(救蝕)례’라고 부르는데, 해나 달을 ‘구한다(救)’는 의미죠. -이집트 신화: 태양신 라(Ra)를 위협하는 거대한 뱀 아포피스가 태양을 삼키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일식이 일어날 때면 이집트 사람들은 아포피스를 몰아내기 위해 제사를 지내거나 의식을 치렀다고 해요. |
지금 생각하면 귀엽기도 하고, 때론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하늘이 어두워지는 이 긴급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절실함이 깃들어 있었던 거죠.
그렇다면 일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볼까요?
-개기일식 달이 태양을 100% 가리는 현상입니다. 낮인데도 주변이 밤처럼 어두워지고, 태양 둘레의 코로나가 보이기도 해요. 태양 전체가 가려졌다가 다시 드러나는 장면은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우주 쇼’라 할 수 있습니다. -금환일식 ‘반지 모양 일식’이라고도 부르는데, 달이 태양보다 조금 작게 보여서 태양의 가장자리가 빛나는 모습이에요. 마치 불타는 반지를 보는 듯한 장관이 펼쳐집니다. -부분일식 달이 태양의 일부만 가리는 경우입니다. 달의 위치가 살짝 어긋나 있어서 태양 전체는 아니라도 한쪽이 가려지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개기일식, 금환일식 때도 시작과 끝 무렵에는 부분일식 상태를 거치게 되지요. |
태양을 직접 맨눈으로 보거나 일반 망원경, 카메라로 보면 눈이 크게 손상될 수 있으니 반드시 일식 전용 안경이나 필터를 사용하세요!
이번에는 월식 이야기입니다. 월식은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놓여, 달에 지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현상이죠. 달이 모양을 조금씩 바꾸다가 시뻘겋게 물들기도 하는데, 이를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고 부릅니다.
달이 완전히 가려질 때 빛이 전혀 닿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지구 대기를 통과한 빛 일부가 달 표면까지 도달합니다. 이때 파장이 긴 붉은빛만이 비교적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달이 붉게 보입니다. 이런 신비로운 ‘붉은 달’을 보며, 세계 각지에서는 악령의 등장이라거나 무서운 재앙의 시작이라고 여기기도 했답니다.
-개기월식: 달 전체가 지구의 본그림자안에 들어가, 완전히 가려지는 상태, 이때 달은 붉은색으로 변하는 ‘블러드 문’ 모습이 됩니다. -부분월식:달의 일부만 지구 그림자에 가려질 때입니다. 달 모양이 점점 가려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시간차를 두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구의 옅은 그림자 영역에 달이 들어가는 반영월식, 반영개기식이 있습니다.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어 초보 관측자들은 놓치기 쉽습니다. |
일식과 월식은 그 드라마틱한 효과 때문에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종종 중요한 장치로 사용됩니다.
-마크 트웨인 「아더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주인공이 과거로 타임슬립 한 뒤, 과학 지식을 이용해 일식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서 자신이 강력한 존재인 양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 유명합니다. -땅딸보 탐험가 ‘틴틴’ 시리즈 중 「태양의 포로」:틴틴과 친구들이 고대 잉카 문명의 땅에서 태양신에게 제물로 바쳐질 위기에 처하지만, 마침 일식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교묘히 이용해 살아남는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이처럼 태양이나 달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현상은 극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소재가 되어, 독자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곤 합니다. |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는 개기월식 현상을 연구하며, 지구 그림자의 크기와 달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 지구와 달의 크기 비율을 추정해 냈습니다. 또 태양이 훨씬 더 멀고 크다는 사실을 유추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실제의 크기와는 차이가 많지만 맨눈 관찰과 단순한 기하학적 계산만으로 이러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아리스타르코스는 고대 과학의 선구자로 불립니다.
신대륙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자메이카 원주민과 갈등을 겪던 시기, 그들의 환심을 다시 사야만 했습니다. 콜럼버스는 ‘곧 월식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자신의 마법 혹은 신탁인 양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달이 어둡게 변하자 원주민들은 두려워하며 콜럼버스를 신성한 존재로 여겼고, 그 덕분에 식량과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1453년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킬 때, 하필이면 개기월식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동로마 주민들은 달(비잔틴 제국의 상징)이 검붉게 물드는 광경을 보고 ‘제국의 종말이 다가온 것’이라며 크게 낙담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공방전 후 동로마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지요.
전등(태양 역할), 공 두 개(지구·달 역할)로 그림자를 만들며 일식·월식을 모의실험할 수 있습니다. 전등과 공을 한 줄로 배열해 보면서, 어느 위치에서 달이 해를 가리는지 혹은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뒤덮는지를 체험해 보는 거죠. 학교에서는 태양, 지구, 달이 달린 삼구의를 이용하여 실험을 한답니다.^^
일식과 월식은 우주가 보여주는 특별한 그림자 쇼이자 놀이입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이 경이로운 현상을 보고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놀라운 발견들을 해 왔습니다. 단순히 태양이 잠깐 가려지고, 달이 빨갛게 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어마어마한 우주의 움직임과 역사 ·문화적 배경이 숨어 있는 거죠.
다음에 일식이나 월식이 다가온다면(2025.9.8. 개기월식 예정: 서울 기준 새벽 2시 30분 24초 시작, 3시 11분 48초 최대, 3시 53분 12초 종료, 이후 부분식은 4시 56분 54초 종료 by 한국천문연구원) 꼭 시간을 내어 관측해 보세요. 우주의 거대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극적인 쇼를 만끽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는 특별한 체험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이 일식과 월식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생과 학부모님들께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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