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슬기토끼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늘 마시는 공기 속에도 눈에 띄지 않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질소’입니다.
많은 아이들은 공기의 주성분이 산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공기의 약 78%는 질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소는 단 21%에 불과하죠.
하지만 단순히 질소가 공기에 많다고 해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질소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원소이며, 우리가 먹는 음식, 농작물, 심지어 현대 산업과 환경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질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떻게 활용되는지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질소(Nitrogen)는 원자번호 7번 원소입니다.
지구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기체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질소를 잘 실감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무색(색깔이 없음), 무취(냄새가 없음), 무미(맛이 없음)이기 때문이지요. 생긴 것도 없고 냄새도 없으니 특별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먹고, 숨 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공기 중 최대 스타’가 바로 질소입니다.
슈퍼나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 보면 봉지가 한껏 부풀어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과자 봉지 속에 질소가스를 넣어둔 거지요. ‘이거 과자 양을 적게 넣으려고 일부러 공기를 많이 채운 거 아니야?’ 하고 투덜 댈 수 있지만, 사실 그런 목적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그 이유는 산화 방지와 제품 보호에 있습니다. 만약 봉지에 산소가 가득하다면, 과자는 쉽게 눅눅해지거나 변질될 수 있어요. 하지만 질소는 반응성이 낮아서 산소처럼 음식을 빨리 상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과자의 바삭함을 오래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봉지가 빵빵하면 운반 중에 과자가 덜 부서지기도 하지요.
TV 예능이나 유튜브 영상에서 ‘질소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새하얗게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바로 액체 질소를 활용한 요리 기법입니다. 액체 질소는 섭씨 영하 196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차갑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재료와 만나면 순식간에 얼려 버릴 수 있죠. 일반적으로 서서히 얼리는 아이스크림보다 얼음 알갱이가 훨씬 곱고 촉촉하게 만들어져, 부드럽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시중에서 보는 맛있는 구슬 아이스크림도 바닐라, 초코, 딸기 맛과 같은 액체를 액체 질소에 빠트려 만드는 거랍니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하면 대개 사람들은 무섭거나 신기하다고 생각할 뿐, 그것이 식물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번개는 공기 중의 질소를 변화시켜 땅으로 내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질소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지만, 식물이 곧바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은 번개나 특정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 질소를 사용 가능한 상태로 바꾸지요. 이 덕분에 식물은 튼튼하게 자라고, 동물과 인간도 간접적으로 질소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번개가 칠 때 발생하는 강력한 에너지로 대기 중의 질소가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어 내고, 그 화합물이 빗물에 녹아 땅으로 스며들면, 식물이 쓸 수 있는 형태의 질소 비료가 됩니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지구에서는 끊임없이 질소가 순환하게 됩니다. 덕분에 식물도 자라고, 동물과 사람에게는 양질의 영양이 공급되지요. 자연의 시스템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정교하고 신비롭습니다.
‘질소가 지구 대기에 이렇게나 많다면, 우주에 있는 다른 천체에도 질소가 존재할까?’ 하는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죠. 대표적인 예가 바로 토성의 위성, 타이탄입니다. 타이탄의 대기는 대다수가 질소로 이루어져 있어서, 일명 ‘지구와 가장 비슷한 대기 환경을 지닌 위성’이라고도 불립니다. 물론, 온도가 매우 낮고 표면 환경이 지구와 달라 생명체가 살기는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속의 질소는 무해하지만, 특정한 화학 반응을 거치면 강력한 독가스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독가스입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공기 중의 질소를 가공하여 전쟁 무기로 만들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것이 바로 염소가스와 포스겐가스였습니다. 질소 자체는 안정적인 기체이지만, 염소(Cl)나 탄소(C) 같은 원소들과 결합하면 매우 위험한 독가스로 변하게 되죠. 사람이 흡입하면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게 되는데 1차 세계 대전 당시 많은 병사들이 이 독가스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합니다.
독가스뿐 아니라, 질소는 강력한 폭탄의 원료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20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기술 때문입니다. 하버는 공기 중 질소를 농축해 인공적으로 비료로 만드는 방법을 발명했는데, 이 기술이 다른 쪽으로 폭탄의 재료(질산암모늄)가 된 거죠. 독일은 이 기술로 전쟁 중에 대량의 폭탄을 제조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했다고 추정되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핵폭발을 방불케하는 모습의 이 사고로 408명 이상이 사망하였고, 최대 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 재산 피해는 17조 7885억 이상이었을 거라고 추정됩니다.
‘질소기체는 독성이 없다는데, 마구마구 써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한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질소는 산소를 대체해 기체 공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오래 머무는 밀폐 공간에서 질소 농도가 과하게 높아지면 정작 사람이 쓸 산소가 부족해져 질식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업현장이나 실험실에서 질소 가스를 다룰 때는 반드시 환기가 잘 되는 곳인지 확인하고, 산소 농도를 체크해야 합니다. ‘어? 숨이 좀 답답한 것 같네?’ 하고 느낄 때쯤에는 이미 산소 부족이 심각해져 있을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안전장치를 갖추고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는 매일 숨을 쉬면서도 질소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질소는 공기 중에 가장 많이 들어 있으며, 번개를 통해 땅속으로 비료가 되고, 과자 봉지 안에서 우리의 맛있는 간식을 지켜 주며, 아이스크림을 더 맛있게 해줍니다. 역사적으로는 비료와 폭탄 양쪽에 모두 쓰였다는 점도 참 흥미롭습니다.
질소는 생명을 키우고, 음식을 보호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해 왔습니다. ‘아무 특색도 없어 보인다’라고 치부하기엔 그 역할이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중요한 셈이지요. 앞으로 하늘을 바라볼 때, 번개를 볼 때, 과자 봉지를 열 때마다 ‘아, 여기에도 질소가 숨어 있구나!’라고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분명히 세상이 조금 더 신비롭고 재미있게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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